한국검정교과서 일부직원들 구조적인 수뢰 스캔들 파문확산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한국검정교과서 직원들이 납품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겨 유흥을 즐겼고 이에 따른 피해를 정부와 학부모 측이 뒤집어쓴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10여년 전 한국검정교과서에 입사한 강모(48)씨는 회사 내 여러 직책을 거쳐 2006년 총무팀장 자리에 올랐다.
총무팀장은 한국검정교과서가 인쇄업체, e-교과서업체, 인력공급업체, 사무용품 업체, 기념품업체, 포장재업체 등 여러 납품업체들과 맺는 모든 계약과정에 관여하는 요직 중에 요직이었다.
중요 직책을 꿰찬 강씨는 생산팀 대리 지모(39)씨, 총무팀 직원 이모(31)씨, 총무팀 대리 이모(36)씨와 65개 납품업체를 분담했고 이들은 각자 맡은 업체에 물품 견적가의 최소 20%, 최대 40%를 리베이트로 요구했다.
이들은 돈을 직접 받거나 차명계좌로 송금 받아 공동 관리했다. 현금 외에 자전거, 공기청정기, 상품권, 해외여행 경비 등 방식으로 뇌물을 받기도 했다.
강씨 등은 빼돌린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서울 강남 단골 룸살롱에 3년간 4억원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룸살롱에는 업체들로 하여금 유흥비를 직접 송금토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이들은 사무실 이전비용, 사무용품 구입비, 화재보험 가입비 등 회사 업무와 관련된 모든 거래과정에서 스스럼없이 리베이트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씨 일당은 회사 창고에 보관된 교과서용 인쇄용지를 빼돌려 공급가의 반값에 처분해 6억6000만원을 챙기고 파지 1억2600만원어치를 빼돌리는가하면 아예 직접 파지수거업체 '대한에너텍'을 설립한 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은 학부모를 비롯한 시민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납품업체 대표들은 강씨 등에게 건넨 뇌물 이상의 금액을 교과서 제작 단가에 반영했고 이를 통해 20~40% 부풀려진 교과서 대금은 교육예산과 학부모의 부담으로 전가됐다.
강씨 등이 뇌물을 받지 않았다면 전국의 학생들이 5만원어치 교과서를 4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처럼 과감한 범행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검정교과서가 교과서 출판과정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면서도 제대로 감독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검정교과서는 1977년 검인정교과서 납품 파동을 계기로 교과서 공급업체 간 과당 경쟁 및 가격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검정교과서 발행권을 보유한 98개 출판사들이 1982년 공동으로 설립한 비영리 법인이다.
이 회사는 창사 이래 국내 모든 교과서를 독점 생산·공급하고 있다. 또 교과서 인쇄업체들은 한국검정교과서를 거치지 않으면 아예 교과서를 인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사업을 해온 한국검정교과서는 올해 기준 교과서 6000만부를 공급했고 매출액은 2100억원, 위탁수수료 130억원에 달했다.
수사를 담당한 검찰 관계자는 "강씨 등은 납품업체 선정, 교과서 생산·공급 등 부문에서 독점적·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수년간 관행적으로 금품을 받아왔음에도 그동안 감시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회사 설립 후 30년간 내부비리에 대한 수사를 당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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